인생은 새옹지마, 불안했던 취준생이 미국 주식에 정착하기까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투자를 시작한 계기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한 조금은 긴 이야기입니다.

#1. 2019년, 마음이 가난했던 시절의 기록

대학 졸업장을 받아 든 2019년 초, 제 일상은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속은 곪아 있었습니다. 취업 준비라는 명목하에 인턴과 계약직을 전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목표는 공기업이었지만, 불합격 통보가 쌓일수록 자신감은 바닥을 쳤습니다.

출근은 하지만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 불안함, 퇴근 후에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던 날들.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제 수단은 소비였습니다. 언제 다시 백수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저를 구두쇠로 만들었습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커피 한 잔도 망설이며 대학생 때보다 더 허리띠를 졸라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불안한 절약이 훗날 제 투자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 될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2. TV 속 낯선 이의 외침, 그리고 존 보글과의 만남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자산운용사 존 리 대표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식을 사야 합니다. 돈이 일하게 하세요.”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는 단순히 절약만 하던 제 머리를 강하게 때렸습니다.

그길로 도서관에 달려가 “엄마 주식 사주세요”, “부자 되기 습관” 같은 책들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을 뿐,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소위 투자 대가들의 책을 읽어도 재무제표는 암호문처럼 보였고, 개별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역량은 제게 없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좌절할 즈음,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의 책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를 만났습니다. 책의 모든 내용을 완벽히 소화한 건 아니었지만, 핵심은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건초 더미를 통째로 사라.”

머릿속 안개가 걷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내 실력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면, 시장 그 자체를 사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주저 없이 모아둔 돈을 털어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VOO를 매수했습니다.

#3. 타이밍의 유혹과 뒤늦은 깨달음

2021년 4월, 중견기업에 취업했지만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직무도, 회사 생활도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 불만족이 저를 다시 책상 앞에 앉혔습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퇴근 후 전공을 살려 부동산 직무로의 전환을 꿈꾸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니 돈을 쓸 일도 없었고, 공부하느라 바빠 시드머니는 계속 쌓여갔습니다. 머리로는 기계적으로 미국 지수 ETF를 사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니 손이 나가지 않았습니다.

“지금 지수가 사상 최고점 같은데 너무 비싼 거 아닐까?” “환율이 너무 올랐어. 달러가 좀 떨어지면 그때 살까?”

스스로 똑똑한 척하며 시장을 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저하는 사이에도 지수와 달러는 보란 듯이 계속 치솟았습니다.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읽었던 수많은 투자 서적에서 절대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인 마켓 타이밍 재기와 공포에 압도되기를 제가 그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요.

결국 올해부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지수가 얼마든, 환율이 얼마나 비싸든 상관하지 않고 계획된 날짜에 무지성 매수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망설임을 버리고 기계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올해 꽤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4. 마치며: 화려함 대신 꾸준함으로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가장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웠던 시기가 역설적으로 가장 단단한 자산의 기초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화려한 투자 기법이나 위험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대신 시장의 우상향을 믿는 바이 앤 홀드 포레버(Buy & Hold Forever) 전략을 고수하려 합니다. 앞으로 이 블로그에는 수수료가 낮은 시장지수 ETF를 연금저축 계좌와 ISA 등에 묵묵히 쌓아가는, 조금은 지루하지만 확실한 과정을 기록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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