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합니다. 가장 불안하고 마음이 가난했던 시절의 기록이, 역설적으로 저를 가장 단단한 투자자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미국 주식 지수 투자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그 긴 여정을 공유합니다.
1. 2019년, 불안을 절약으로 승화시키던 시절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쥔 2019년, 제 일상은 인턴과 계약직을 전전하며 불합격 통보에 자신감을 잃어가던 날들이었습니다.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은 불안함 속에서 제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통제는 ‘소비 절제’뿐이었습니다.
친구들과의 만남을 끊고 커피 한 잔도 망설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던 그 시절.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모았던 ‘공포의 종잣돈’이 훗날 제 투자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2. 존 보글을 만나다: “건초 더미를 통째로 사라”
우연히 TV에서 “주식을 사서 돈이 일하게 하라”는 메시지를 접한 후, 저는 주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재무제표는 암호문 같았고 개별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역량은 제게 없었습니다.
좌절할 즈음 만난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John Bogle)은 제게 명쾌한 해답을 주었습니다.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으려 애쓰지 말고, 건초 더미를 통째로 사라.”
내 실력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면 시장 그 자체를 사면 된다는 깨달음에, 저는 주저 없이 모아둔 돈으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VOO를 매수했습니다.
3. 마켓 타이밍이라는 유혹과 뼈아픈 깨달음
취업 후 시드머니가 쌓여가자 다시 오만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머리로는 기계적 매수를 생각하면서도, 정작 실행 앞에서는 “지금 너무 고점 아닐까?”, “환율이 떨어지면 살까?”라며 시장을 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저하는 사이 지수와 달러는 계속 치솟았습니다. 제가 그토록 경계했던 ‘마켓 타이밍 재기’라는 함정에 스스로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올해부터는 지수와 환율에 상관없이 계획된 날짜에 무지성 매수를 실천하고 있으며, 그 결과 꽤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4. 마치며: 화려함 대신 ‘꾸준함’을 선택하다
저는 앞으로도 화려한 투자 기법이나 위험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시장의 우상향을 믿고 끝까지 보유하는 ‘바이 앤 홀드 포레버(Buy & Hold Forever)’ 전략을 고수하려 합니다.
수수료가 낮은 시장지수 ETF를 연금저축 계좌와 ISA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지루하지만 확실한 과정을 이 블로그에 기록해 나가겠습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제 기록이 작은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