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업 모델은 무엇일까요? 제품을 한 번 팔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매달 꼬박꼬박 돈을 내게 만드는 것, 바로 ‘구독 플랫폼’입니다.
기업에게 구독 경제는 예상 가능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입니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구독 서비스는 이제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넷플릭스나 쿠팡 같은 서비스가 주는 혜택이 쏠쏠해 보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습니다.
1. 시트 열선도 구독하는 세상
현재의 구독 플랫폼은 쇼핑몰 무료 배송이나 음원 스트리밍처럼 ‘이용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 없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점점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으로 구독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었던 BMW의 시트 열선 구독 서비스나, 테슬라의 자율주행(FSD) 구독 모델이 대표적입니다. 하드웨어는 이미 내 차에 장착되어 있는데, 기능을 켜려면 매달 돈을 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숨 쉬는 것 빼고 모든 것에 월세를 내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2. ‘아라카르트(A La Carte)’ 방식을 제안하며
어떻게 하면 이 거대한 구독의 파도 속에서 내 자산을 지킬 수 있을까요? 책을 읽다가 흥미로운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아라카르트(A La Carte, 개별 맞춤형)’ 방식입니다.
코스 요리(구독 패키지)를 시키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메뉴만 단품으로 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모든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정말로 필요한 것만 그때그때 ‘개별로’ 결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월 정기권을 끊는 대신, 보고 싶은 영화가 생길 때마다 한 편씩 결제해서 보는 식입니다. 헬스장 1년 회원권을 끊는 대신, 갈 때마다 일일권을 끊는 것입니다.
3. 우리는 우리의 사용량을 과대평가한다
이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인간의 심리 때문입니다.
첫째,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돈을 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헬스장 몇 번 가세요?”라고 물으면 “두세 번은 가죠”라고 답하지만,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회원들은 자신의 운동 횟수를 70% 넘게 과대평가한다고 합니다. 월 회비를 내고 한 달에 고작 4번 간다면, 차라리 갈 때마다 일일권을 끊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OTT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달 돈은 나가는데, 정작 바빠서 주말에 예능 한두 편 보는 게 전부라면 그것은 낭비입니다.
둘째, 개별 결제는 ‘소비의 고통’을 느끼게 합니다.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카드값은 고통이 덜합니다. 그래서 무감각해지죠. 하지만 영화 한 편을 볼 때마다 5,000원씩 결제해야 한다면? “내가 이걸 진짜 보고 싶은가?”를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비가 자연스럽게 걸러집니다.
4. 불편함을 감수하고 통제권을 되찾자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매번 결제해야 하니 귀찮고, 자동화된 생활의 편리함을 포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야말로 돈을 절약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정당한 대가입니다.
[아라카르트 실천 4단계]
- 지난달 구독 서비스로 나간 총금액을 확인한다.
- 모든 구독을 취소하고, 필요한 서비스만 개별(단건)로 구매한다.
- 한 달 후, 개별 결제한 금액이 얼마인지 비교해 본다.
- 비용이 줄어들었다면 유지하고, 오히려 더 비싸졌다면 그때 다시 구독해도 늦지 않다.
세어 나가는 고정비를 막는 것은 재테크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기업이 쳐놓은 편리함의 덫에 갇혀 매달 수수료를 상납하는 ‘호갱’이 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 돈의 통제권을 쥔 주체적인 소비자가 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안 보는 OTT부터 해지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