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에세이] 나는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기로 했다 (feat. 셀프 보험론)

직장 동료나 지인들과 재테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놀란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저는 실손보험이 없습니다”라고 말할 때입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복지로 지원해 주는 단체 상해 보험이 있어 그 혜택을 누리고는 있지만, 제 명의로 된 개인 실손보험은 하나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더 확고한 것은, 만약 이 회사를 그만두어 단체 보험 혜택이 사라지더라도 따로 실손보험에 가입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남들은 필수라고 말하는 보험을 왜 저는 거부하는 걸까요? 이는 막연한 배짱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경제학적 논리에 따른 선택입니다.

1. 매년 240만 원, ‘사라지는 돈’ vs ‘불어나는 돈’

가장 큰 이유는 기회비용입니다. 보통 30~40대 직장인이 실손보험과 각종 건강보험을 보수적으로 구성하면 월 10~20만 원 정도가 듭니다. 매달 2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1년에 240만 원, 10년이면 2,400만 원이라는 목돈이 생깁니다.

보험 설계사들은 “커피 몇 잔 값으로 평생의 위험을 대비하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 돈을 보험사에 넘겨주는 대신 저 자신에게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 돈을 보험료로 지출한다면, 제가 큰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그 돈은 대부분 소멸해 버리는 비용이 됩니다. 하지만 제가 이 돈을 스스로 통제하며 매년 240만 원씩 저축하고 투자한다면 어떨까요? 복리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원금만 모아도 20년이면 4,800만 원입니다. 여기에 건전한 투자가 더해진다면, 훗날 이 자금은 웬만한 수술비나 치료비를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든든한 ‘나만의 보험금(Self-Insurance)’이 됩니다.

물론 운이 좋아 평생 크게 아프지 않는다면? 보험에 든 사람은 돈을 다 날린 셈이지만, 저축한 저는 그 막대한 자산을 고스란히 노후 자금으로 쓸 수 있습니다. 저는 보험사의 확률 게임보다는 저의 자산 운용 능력을 더 신뢰합니다.

2. 확률적으로 ‘지는 게임’에 배팅하지 않는다

물론 “혹시라도 암에 걸리거나 큰 사고가 나면 어떡하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참고한 경제학적 논리가 힘을 발휘합니다.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보험은 건강이 평균 이하로 나쁜 사람에게만 이득인 상품입니다. 보험사는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가입자들이 낸 돈에서 사업비와 직원들 월급, 주주들의 이익을 다 떼어내고 남은 돈으로 보험금을 지급합니다. 구조적으로 가입자가 낸 돈보다 돌려받을 기대값이 적을 수밖에 없는 ‘불리한 게임’인 것입니다.

게다가 요즘은 도수치료다 뭐다 해서 보험금을 악용하여 타내는 일부 가입자들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건강하고 양심적인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보험료로 그런 사람들의 병원비를 대주고 있는 꼴입니다. 저는 그런 비합리적인 구조에 제 피같은 돈을 태우고 싶지 않습니다.

3. ‘원금 보장’이라는 달콤한 함정

실손보험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저축성 보험’이나 ‘종신 보험’입니다. 설계사들은 “20년 뒤에 원금을 다 돌려준다”고 강조하지만, 여기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치명적인 함정이 빠져 있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20년 전 1만 원과 지금의 1만 원이 같나요? 직장인 점심값만 봐도 예전엔 4~5천 원이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1만 원으로도 부족합니다. 물가가 2~3배 오르는 동안 내 돈의 액면가만 보장받는다는 건, 사실상 자산 가치가 반토막 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장기 보험은 중도 해지 시 원금 손실이 엄청납니다. 내 돈을 내가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20~30년씩 묶어두면서 가치마저 하락한다면, 그것은 재테크가 아니라 자산 파괴에 가깝습니다.

마치며: 두려움 대신 통제권을 선택하다

물론 제 방식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닙니다. 소비 통제가 안 되어 돈이 있으면 다 써버리는 분이나, 가족력이 있어 질병 확률이 매우 높은 분들에게는 보험이 강제 저축이자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스스로 자산을 통제할 수 있고, 평균적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보험사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사 직원들이 강조하는 극적인 불행의 사례에 휘둘려 매달 20만 원을 할부로 내기보다, 그 돈으로 우량한 자산을 사 모으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현명하고 든든한 보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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