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시작하고 자산을 모아가다 보면, 가끔은 누군가 내 상황을 완벽하게 분석해서 정답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무설계사’나 ‘재무전문가’라는 번듯한 타이틀에 쉽게 마음을 열곤 합니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들에 대한 뼈아픈 진실을 지적합니다. 소위 금융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그저 ‘금융상품 판매원’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여우에게 닭장을 맡기시겠습니까?
금융상품을 파는 사람에게 내 자산의 조언을 구하면, 필연적으로 ‘잠재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 중 일부는 선의로 행동하겠지만, 결국 직업의 특성상 자신에게 가장 많은 이익(수수료)이 떨어지는 상품을 고객에게 팔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에게 내 돈의 방향을 묻는 것은 “여우에게 닭장을 지켜달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조언을 얻는 곳과 금융상품을 사는 곳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청년 재무 컨설팅’에서 마주한 씁쓸한 현실
이 구절을 읽으며 작년에 제가 직접 겪었던 아찔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구청에서 주관하는 ‘청년 재무 컨설팅’이라는 사업에 참여했을 때의 일입니다.
지자체에서 청년들의 자산 상태를 점검하고 가이드해 준다는 좋은 취지였기에 신청했지만, 결과는 대실망이었습니다. 제 앞에 앉은 ‘재무상담(설계)사’라는 분은 금융과 투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기보다는, 다짜고짜 엉뚱한 장기 보험 상품과 특정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만약 제가 평소에 투자를 공부하지 않았고 지수 추종에 대한 확신이 없었더라면, ‘전문가의 조언’이라는 포장에 혹해 수십 년간 뭉칫돈이 묶이는 최악의 상품에 덜컥 사인하는 참사가 벌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실망감이 너무 컸던 저는 2회차로 예정되어 있던 상담을 결국 취소해 버렸습니다.
이후 지인을 통해, 구청에서 진행하는 이 금융 컨설팅이 보험 모집인들의 상품 판매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뉴스 기사를 접했습니다. 심지어 얼마 뒤에는 구청으로부터 “재무상담사가 권하는 상품에 가입하지 말라”는 황당한 안내 문자까지 받았습니다. 좋은 취지의 공공 사업조차 금융상품 판매원들의 영업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이 우리의 냉혹한 현실입니다.
내 돈은 오직 나만이 지킬 수 있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읽었던 서늘한 문구가 생각납니다. “남이 떠먹여주는 수저에는 독이 묻어있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대가 없이 불려주는 마법의 전문가나 착한 은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장의 소음을 견디고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거나 지수 투자의 지루함을 견디는 과정이 비록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결국 내 돈은 내가 직접 공부하고 노력해서 지키고 굴려야 합니다.
스스로의 기준 없이 남의 손을 빌려 부자가 되려는 얄팍한 마음은, 언제나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게 마련입니다. 오늘도 스스로의 원칙을 단단히 세우며, 타인의 달콤한 조언을 경계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