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년. 제가 만 55세가 되는 해입니다. 개인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그해에(또는 그전에), 저는 일에서 온전한 자유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막상 그때가 되면 마음이 바뀔지도 모릅니다. 55세는 직장인으로서 가장 노련한 경험과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정점의 시기이니, 욕심을 내어 더 오래 일하고 싶을 수도 있겠지요. 혹은 운이 좋아 계획보다 훨씬 일찍 은퇴를 맞이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20년 뒤의 미래는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AI 특이점이 와서 노동이 사라질지, 혹은 우리가 120살까지 살아야 할지 아무도 모르죠. 이런 불확실성 앞에서 저는 ‘파스칼의 내기‘를 떠올립니다.
파스칼의 내기: 인생을 건 도박
블레즈 파스칼은 신의 존재 여부를 두고 4가지 경우의 수를 들어, “신이 있다고 믿고 착하게 사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신이 없으면 본전이지만, 신이 있는데 안 믿으면 지옥행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논리를 저의 노후 준비, 특히 개별주(Active)와 인덱스(Passive) 투자 선택에 대입해 보았습니다. 과연 어떤 선택이 2046년의 저를 구원할까요?
개별주 vs 인덱스: 4가지 경우의 수
1. [지옥행] 나는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고 ‘개별주’에 올인했다. 하지만 말년에 정산해 보니 시장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폭락장과 조정장에서 “사팔사팔(사고팔고)” 하다가 계좌는 깡통을 찼습니다. 결국 노후 자금은 바닥나고, 빈곤한 노년을 맞이합니다. 망하는 인생 투자입니다.
2. [성공] 나는 시장을 이길 능력이 있지만, 그래도 ‘인덱스’를 선택했다. 말년에 보니 내가 직접 했다면 더 벌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덱스에 투자했다고 해서 망하진 않았습니다. 시장 수익률만큼 자산은 불어났고, 무난하게 노동 해방을 이뤘습니다. 천만다행인 성공한 인생 투자입니다.
3. [성공] 나는 시장을 이길 능력이 없어 ‘인덱스’를 선택했는데, 알고 보니 ‘개별주’ 장세였다. 개별주 등 액티브 펀드가 10년 투자 시 인덱스를 이길 확률은 고작 8%입니다. 만약 그 8%에 들었다면 워런 버핏 같은 억만장자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덱스 투자로도 복리의 마법 덕분에 백만장자는 되었습니다. 억만장자는 못 되었어도 노동에서 해방되었으니, 성공한 인생 투자입니다.
4. [대성공] 나는 시장을 이길 능력이 없어 ‘인덱스’를 선택했고, 실제로도 ‘인덱스’가 승리했다. 대다수의 펀드 매니저도 시장 지수를 이기지 못하는 현실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셈입니다. 2046년에 웃으며 은퇴를 맞이하는, 가장 정석적이고 성공적인 투자입니다.
잃지 않는 게임을 하라
위의 4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결론은 명확해집니다.
개별주에 베팅했다가 틀리면 회복 불가능한 빈곤(지옥)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반면 인덱스에 베팅하면, 내가 틀리든 맞든 결과는 최소한 성공(노동 해방)입니다.
설령 제가 엄청난 투자 천재라서 개별주로 대박을 낼 능력이 있었다 해도, 그 능력을 썩히고 인덱스를 산 것이 인생 전체로 보면 치명적인 실수는 아닙니다. 억만장자가 아닌 백만장자로 은퇴한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니까요.
정해놓고 잊어버리는 힘
그래서 저는 승률 8%의 대박을 쫓기보다, 100%에 가까운 마음의 평화를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투자의 과정이 늘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요동치고, 우리의 감정은 행복과 불안, 공포 사이를 롤러코스터처럼 오갑니다. 이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합니다. “정해놓고 잊어버리는 것(Set and Forget)”입니다.
포트폴리오의 90%는 주식 시장 전체를 사는 인덱스 펀드에, 나머지 10%는 안전한 채권에 묻어둡니다. 시장이 급락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고 예견된 일입니다. 뉴스에서 떠드는 소음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기계적으로 자산을 사 모으는 ‘지루함’을 견디는 것.
그것이 2046년, 55세의 제가 “그때 참 현명한 내기를 했었구나” 하며 웃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