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서울 공화국’을 떠나 비용을 통제한다는 것 (지리적 차익거래)

예전에 비용 절감을 위해 지방이나 해외로 이주한다는 글을 읽으면, 솔직히 코웃음을 치곤 했습니다. “그건 은퇴한 노부부나 가능한 얘기지, 한창 일할 나이에 한국 사회에서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비현실적이고, 치열한 한국의 경쟁 사회와는 동떨어진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에 직장이 있고,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나라에서 서울을 떠난다는 건 곧 주류에서 밀려난다는 공포와 같았으니까요.

하지만 재테크 공부를 하고, 투자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니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서울’이라는 공간에 너무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건 아닐까?”

1. 거주지가 곧 비용이다

우리는 한 곳에 너무 오래 살다 보면, 비용이 적게 드는 다른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곤 합니다.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내가 숨만 쉬어도 나가는 고정비의 대부분은 ‘거주 지역’이 결정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서울과 수도권 집값은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이자, 혹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전월세 비용. 이 막대한 주거비는 단지 ‘서울에 산다는 프리미엄’을 유지하기 위한 구독료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장소’라는 변수만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비용 절감 효과가 가장 큰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삶의 난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2. 떠밀려서 가는가, 스스로 가는가

종종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나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면 도시를 떠나 시골이나 해외에서 사는 분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시작은 대부분 ‘비자발적 계기’입니다. 큰 병을 얻었거나, 사업에 실패했거나, 회사에서 해고당하는 등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향하는 삶은 다릅니다. “충분히 깊은 생각과 준비를 통해, 내 발로 걸어 나가는 삶”입니다. 등 떠밀려 도망치듯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주도적으로 재설계하여 자발적으로 생활비를 낮추고 삶의 질을 높이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파이어(FIRE)이자 조기 은퇴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3. 직장에 구속되지 않는 삶

물론 현실적인 제약은 존재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직업’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원격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더 이상 사무실 책상이 내 거주지를 결정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지역에 영향을 받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혹은 그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선택지는 무한대로 늘어납니다. 국내의 지방 소도시로 갈 수도 있고,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 국가로 가서 ‘글로벌 이주’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해외 이주라고 해서 평생 못 돌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영구적인 주거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4. 가장 중요한 파트너, 배우자

이 모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가치관의 공유‘입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와 뜻이 맞지 않는다면 불가능합니다. 서울의 화려한 인프라와 편의성을 포기하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여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하는 것에 동의하는 마음 맞는 배우자를 만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재테크보다 더 어려운 과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며

과거의 저에게 이주는 ‘도피’였지만, 지금의 저에게 이주는 ‘지리적 차익거래(Geographic Arbitrage)’라는 훌륭한 투자 전략입니다.

서울이라는 간판을 내려놓는 순간, 내 통장을 갉아먹던 주거비와 생활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잉여 자금과 시간은 오롯이 나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재투자될 것입니다.

물론 당장 짐을 싸서 떠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꼭 서울이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제 인생의 선택지는 훨씬 더 넓고 자유러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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